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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었지만 자연과의 만남에 있어서는 이제 막 자연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아이와도 같습니다. 이 책은 먼 곳이 아닌 우리가 사는 도시 주변의 식물이나 작은 동물들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줍니다. 제 주변 곳곳에서 소곤 소곤거리며 작은 생명들이 머물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가로수 나무나 길가의 돌틈에서 알뜰살뜰 자신만의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여러 생물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외로움이 많이 없어졌다고 할까요. 이 책은 지으신 김향희님과 이책을 펴낸 다른 세상 (발행연도 2014년)에 감사해야겠습니다.

 

우리 주위의 사랑스러운 개와 고양이의 발자국 생김새를 구별하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톱이 없는 발가락만 흙이나 눈 위에 찍혀져 있다면 그 발자국의 주인공은 바로 평소 발톱을 숨기고 소리 없이 걷는 습성의 고양이랍니다. 동물들의 발 모양을 생각하다 보니 개, 고양이처럼 말랑말랑한 발바닥이 아니라 소, 사슴, 고라니, 멧돼지와 같이 발굽으로 되어 있는 동물들이 새삼 신기하게 여겨졌습니다. 발굽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안양천을 건널 때마다 다리 위에서 많은 물새들이 물 위에 떠있는 모습들을 지켜봅니다. 고운 물새들을 볼 때면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그리움만 뒤로 한 채 지나곤 하지요. 이 책의 도토리 선생님이 보여주는 오리들의 사진과 설명이 저의 마음을 달래주기 충분했습니다. 자맥질하는 귀여운 청둥오리, 예쁜 원앙 부부, 우아한 백로 등의 사진들이 실려 있네요. 

오리들이 한 발을 겨울 차가운 물속에 담그고 있으면서도 몸은 40도씨 이상의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몸통과 발 사이에 있는 열 교환 장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안에 작은 난방기구라고 있어야만 겨울을 날 수 있는 저로서는 그런 겨울나기 자족기능이 있는 겨울 물새들의 능력이 무척이나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럽지 않은 수 없습니다.

하천의 오리와 같은 물새들을 좋아하는 저는 고방오리, 넓적부리, 흰죽지, 쇠오리, 비오리 등의 이름들을 외우며 책장을 넘기며 하나하나 미리 보기 해둡니다.

 

올 봄에는 제비꽃의 잎과 화살나무의 어린잎을 생전 처음 따서 먹어보기도 했답니다. 이 책의 안내대로 제비꽃 꽃부리의 꿀맛을 본다거나 예쁘게 아까시 꽃 차를 얼음으로 얼려 먹어보고 싶습니다. 이제 막 자연에 눈 뜬 어른 아이는 이것저것 자연에서 만져보고 느껴보고 해볼 것이 많답니다.

흙 속의 영양분을 먹고 흙 똥을 싸는 지렁이는 우리에게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르겠습니다. 

딱딱한 화학 비료의 땅이 아니라 지렁이가 부드럽게 만들어 준 땅에서 자란 식물을 먹어야 우리 몸 또한 생명력이 넘쳐 건강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에 애벌레들이 많이 달라붙어 잎을 갉아먹는다고 지레 걱정을 하며 사람들이 살충제를 마구 뿌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자연에 관심을 갖고 보면 자연이 저절로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는 사실을 알 텐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오랜 세월 곤충과 식물이 서로 이웃하며 살아오면서 식물이 애벌레가 사라질 때쯤 숨겨놓은 새 잎을 나중에 내놓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은 기본일 텐데 사람들이 식물을 너무 나약하게 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예외는 아니라서 그동안 식물들을 너무 얕잡아 보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자구상 동물의 80%를 차지하는 것이 곤충이라고 합니다. 곤충 애벌레가 고치를 거쳐 성충이 되는 과정은 참 오묘합니다. '완전 탈바꿈'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제법 크고 멋진 핑크색 주홍박각시를 만나 볼 기회가 제게 주어질까요? 자신을 보호하기위해서 뱀 모양을 하고 있는 주홍박각시 애벌레도 실제 보면 신기할 듯 싶습니다.

잎에 몸 전체를 붙이고 있는 다른 애벌레와 달리 가지나방 애벌레는 배부분의 다리가 없어서 U자 모양으로 가지에 붙어 있는 사진은 저에게 왠지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런 저의 작은 관심과 호기심에 살이 붙어 더욱 커져서 곤충들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엄연히 제 주변에 이웃하고 살아가는 곤충들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게 많은, 아니 아는 게 거의 없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나뭇가지의 거품 속에 은신처를 마련하는 거품벌레가 제 주변에 늘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비교적 자주 만났던 무당벌레가 칠성무당벌레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홍점박이무당벌레를 만나 보고 싶습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곤충부터 큰 잎벌레까지 먹어 치워 버리는 포식성 곤충이라고 합니다. 앙증맞고 예쁜 겉모습과 사뭇 다는 식성을 가져서 의외였습니다.



 

가을에 알록달록 물든 낙엽들은 하나하나가 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합니다. 잎의 생김새는 마름모, 타원형, 심장 모양, 별 모양,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모양 등 얼마나 다양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말했듯이 아이들에게 이만한 장난감이 또 어디에 있나 싶습니다. 실내에서 색종이로 종이접기를 하는 것 보다 몸소 나가 잎들을 만져보고 비교해보고 따보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더 필요하니 않나 생각합니다. 훨씬 재밌고 신나고 또 자연과 생생하게 만나는 느낌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만나는 어린 시절 경험들은 아이들에게 값진 추억거리를 안겨 줄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참새 이외의 제 주변의 작은 새들의 이름은 전혀 몰랐답니다. 참새이외에도 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가 늘 곁에 있어 왔던 것입니다.

자신의 몸에서 털을 뽑아 알을 덮어주는 매미나방이나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서 새끼 똥을 둥지에서 물어다 내다 버려 준다는 박새의 행동을 간접적으로 접했지만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개구리, 물고기, 지렁이를 나무에 꽂아 저장해 두었다가 말려 먹는 때까치의 기술이 놀랍고요, 추운 겨울에 얕은 겨울잠을 자고 적게 먹이 활동을 하는 다람쥐, 고슴도치, 오소리 등의 모습에서 한치의 불필요성이 없는 삶의 모습들을 배웁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도시 주변 가까이에 사는 여러 동물, 식물들을 미리 보기 할 수 있었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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