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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이삭이 마치 불에 타기라도 한 것처럼 까만 포자의 깜부기.
예전에는 몹쓸병 취급을 받아
미국에선 깜부기병에 걸린 옥수수를 재앙의 옥수수라 하며 '악마의 옥수수(devil's corn)'라고 불렀을 정도이지요.
그러나 요즘에는 깜부기병에 걸린 옥수수는 버섯 중에 최고로 맛있다고 하는 송로버섯과 맛이나 질감이 비슷하다고 하여
그 위상이 격상돼서 그 맛을 보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지요.
나무의 냄새가 살짝 풍기며 감칠맛이 난하고 하는데 실제 저도 그 맛이 궁금하긴 합니다.
요리에 사용할 때는 완전히 성숙하기 전인 촉촉한 상태의 어린 깜부기 단계의 것을 거두어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멕시코에서는 옥수수 깜부기를 고급식자재로 여기고 위틀라코체(huitlacoche)라고 하여
정상 옥수수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띠야에다 호박꽃을 깔고 깜부기 볶음과 녹인 치즈를 싸서 먹는 '퀘사딜라'라는 요리를
고급스런 맛으로 여기며 멕시코인들이 많이들 좋아한다고 해요.
옥수수가 깜부기에 감염되면 정상 옥수수보다 단백질이 풍부해져 영양가치가 더욱 우수해진다고 하네요.
그 예로, 깜부기병에 걸린 옥수수는
일반 옥수수에는 거의 없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라이신(lysine) 함량이 매우 풍부해지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추억 속의 보리 깜부기
아직 보리가 익지 않은 보리고개 시절, 보리 깜부기는 시골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던 훌륭한 간식거리였다고 해요.
보리밭에 깜부기를 잘도 찾아내어 입술이 거무죽죽해지도록 먹었던 기억.
지금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을 법한 보리깜부기를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어린 날의 추억들을 많이 말씀하십니다.
깜부기는 이렇게 옥수수, 보리 뿐만 아니라, 수수, 밀, 귀리, 조 같은 벼과의 식물에서 발견되는 곰팡이인 식물병인데요,
우리 인간한테는 배탈나기는 커녕 오히려 영양이 풍부한 좋은 식재료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