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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할 나무가 많습니다. 이 책은 나무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해설로써 심도 있게 나무를 알고 싶을 경우 좋은 안내서가 되는 책인 것 같습니다. 나무는 키도 크고 부피도 크게 자라 풀과 달리 그 존재감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도시 길가의 가로수들을 보다가 거대하게 자란 플라타너스를 만나면 그 크기와 존재감에 놀라게 됩니다. 주변 야산에서 약수를 뜨며 만나는 5월의 화살나무에서는 새로 돋아난 새순을 뜯어 밥에 비벼 먹어 봅니다. 4월에서 5월 초순까지도 철쭉의 향연을 여기저기서 느끼기도 합니다. 제비꽃, 민들레 등 작은 풀꽃도 예쁘지만 큰 송이의 목련꽃은 크기에서 전해주는 또 다른 청초함을 선사해 줍니다. 작은 풀들과 더불어 큰키나무와 작은키나무, 관목들도 이처럼 우리 삶에 깊숙이 연관되어 계절마다 우리 가까이서 우리에게 삶의 풍성함을 더해줍니다. 

 

나무를 더욱 소중하고 깊이 받아들이고 싶어집니다. 나무에 대한 공부로 좋은 안내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밀화로 그린 나무도감'(도토리 기획, 임경빈, 김준호, 김용심, 도토리 편집부 글)은 2001년 도서출판 보리에서 발행한 책입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는데 그 중 주의 깊게 봤던 몇 가지 나무들에 대해 적어 봅니다.


 화살나무는 늘 약수를 뜨러 갈 때 산길에서 만나는 나무입니다. 새순을 먹기 위해 겨울부터 벼르고 있던 차였습니다. 요즘 들어 잎이 부쩍 무성해져서 잎 따기를 멈추었지만, 이 전까지 어린 새순을 뜯어다 밥에 비벼 먹었습니다. 쓴맛이 있어 물에 담가 먹거나 데쳐 먹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요즘 같이 잎이 무성할 때 먹게 되면 자칫 설사나 구토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산의 풀과 나무의 것이 귀하고 몸에 이롭기에 주변 산의 풀과 나무들을 주의 깊게 둘러 보곤 합니다. 화살나무는 홑잎 나물이라고 하여 그 싹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줄기 모양이 화살 깃 처럼 날개가 달려 화살나무를 정확히 구별해 낼 수 있었습니다. 독특한 화살 깃 같은 줄기 모양 때문에 화살나무라고도 하고, 진짜 화살을 만들기도 할 정도로 단단한 나무 재질을 갖는다고 합니다.

 

화살나무 줄기의 날개와 뿌리의 껍질은 약재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화살나무 줄기의 날개를 봄과 가을에 햇볕에 말려 사용하는데, 피를 잘 돌게 한다고 합니다. 화살나무는 낮은 산기슭에 절로 자라난다고 합니다. 가을엔 빨간 단풍이 들고, 붉은 열매는 겨울까지 이어져 보기가 좋다고 합니다. 


 매년 봄마다 뽀족이 돋아나는 화살나무의 새순을 뜯어다 올해처럼 밥에 비벼 먹어야겠습니다. 깊이 공부해 알게 되니 약수 뜨러갈때마다 만나는 화살나무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홑잎나물을 뜯어다 먹고 있지만, 실제 화살나무의 쓰임은 참으로 다양한 것 같습니다. 나무의 재질이 무척 치밀하고 단단하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못을 만들고 지팡이로 사용할 정도라고 하니 참 활용가치가 높은 나무인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길을 걸어 다닐 때 친구가 되어주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바로 도시 가로수들이 그들입니다.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가 제일 눈에 많이 띕니다. 많이 보는 길가의 그 가로수의 이름이 플라타너스라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늘 친근하게 거리를 걸을 때 벗이 되어준 친구인데 지금에야 나무를 구별하게 된 것입니다. 플라타너스의 나무 표피는 언듯보면 징그럽다 싶을 정도로 얼룩덜룩 벗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버즘이 핀 것 같다고 하여 버즘나무라고도 한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많이 보아왔듯이 방울처럼 생긴 열매를 맺습니다. 그래서 방울 나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가을에 커다란 플라타너스 잎이 떨어지면, 길 가다 말고 아주 크고 넓은 잎에 놀라곤 합니다. 또 큼직하고 넓은 잎에 물든 단풍색의 다채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하고 아름다워 가을에 가던 길을 멈추고 넋 놓고 빠져 들게 합니다. 자동차의 매연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라고, 매년 가지치기를 해대어 사람들에게 건드림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튼튼하게 잘 자라는 것을 보면 플라타너스는 강한 나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역시나 빨리 자라고 도시오염 속에서도 죽지 않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버티는 튼튼한 나무라고 합니다. 오히려 땅속 오염물질을 흡수해주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플라타너스가 우리나라에 온 지가 백 년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늘 어린시절부터 보아 온 나무가 외국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은 둘레가 10m가 넘는 플라타너스가 있다고 합니다. 길 가다 아주 굵은 플라타너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두께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 살 경우 외국처럼 매우 굵게 자라나는 나무였던 것입니다. 아주 오래되면 가운데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큰 구멍이 생긴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통을 만드는 재료로 쓸 정도로 목재가 단단하다고 합니다. 그릇, 가구 만들기에 쓰이고, 냄새가 없는 깨끗한 나무라 도마로도 사용하기에 좋다고 합니다. 옷감이나 종이 만들 때도 쓴다고 하니 나무의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우리 곁에 항상 있는 나무부터라도 차근차근 알아가니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한 것 같은 속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옆에 끼고 오래도록 공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책입니다. 앞의 두 나무 경우처럼, 주변 나무들을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을 때 큰 도움을 받은 책이었습니다. 나무를 공부할수록 나무들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식물들이 그렇듯이 나무는 스스로 양분을 자족하며 조용히 꿋꿋이 혼자 우뚝 서서 우리에게 조건 없이 많은 것을 베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고맙고 소중한 마음으로 식물들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든 나무와 풀들이 건강하게 생태계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우리 또한 그 울타리 안에서 순환적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함께 보장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나무와 풀들이 우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생물과 동식물, 인간이 생태계에서 서로 연관되어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환되고 변화되어가는 자연계의 순환원리를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풍성한 자료와 좋은 영감을 심어준 값진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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