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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는 이유미님이 지으셨고, 2004년 지오북에서 출판한 책입니다. 자연의 삶을 닮아가려 합니다. 자연의 동물과 식물들의 생활사를 보며 많은 것들을 깨닫습니다. 자연의 생명들은 필요한 것 이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적응해 내며 결국 멋지게 자기 자신을 만개시킵니다. 자신의 있는 자리를 최상의 자리로 만드는 멋진 그들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책의 안내를 따라 이들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동백꽃의 붉은 꽃은 녹색 잎에 대비되어 꽃 색깔의 강렬함이 매력입니다. 그 붉은 꽃 속의 샛노란 수술 역시 강한 색대비를 보입니다. 동백나무는 충매화들과 달리 새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조매화입니다. 

오로지 동박새에 의해 자신의 자손번식이 달려 있습니다. 그 강렬한 붉은 색 꽃잎이나 샛노란 수술의 강한 색조화는 새의 취향에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다른 꽃들은 곤충에 맞추어져 있어 꿀과 함께 향기가 나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동백꽃은 향기가 나지 않는데 그 또한 새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새들은 강렬한 붉은 색을 잘 인식하지만 후각은 둔하다고 합니다. 또한 동백꽃이 일정 양의 꿀양이 되는 것도 새들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너무 적은 양의 꿀은 추위에 열량이 필요한 새들에게 이 꽃 저 꽃 돌아 볼 수고를 감내하게 하므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꽃과 꿀 하면 곤충만 떠올렸었습니다. 오로지 새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짙붉은 동백꽃은 제게 조매화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새들이나 벌들이 요즘 새삼 부럽게 느껴집니다.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그들에게 맞추어져 있다니 정말 부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괜히 질투심이 나기도 합니다.

 

특별한 생김새의 앉은부채를 알게 되었습니다. 

앉은부채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른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땅 표면에 컵모양의 튤립 꽃송이 부분만 툭하니 얹어 놓은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컵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부분은 꽃잎이 아니라 포입니다. 이 컵같이 생긴 포 안에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작은 꽃들이 둥글게 모여 달려 있습니다. 

앉은부채는 얼었던 땅이 녹기가 무섭게 제법 큰 이러한 포에 감싸인 꽃을 피우기 위해 땅속에 뿌리가 1m가 넘게 박혀 있다고 합니다.

 앉은부채의 서양이름은 스컹크 캐비지입니다. 독성도 있고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아주 아주 이른 봄에, 결실을 위해 오랫동안 혼신의 준비를 하여 피워낸 꽃을 다른 산짐승이 먹지 못하도록 하는 자기방어 물질인 것입니다. 

이전에는 독성 식물하면 식용 식물들과 달리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식물의 세계를 알아갈 수록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명으로서의 온당한 의지가 독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앉은부채 역시 독성과 이상한 냄새를 풍기므로써 봄에 일찌감치 피워낸 꽃을 당차게 보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식물을 공부할 수록 식물들의 철저한 자기 사랑, 자식 사랑에 큰 감동과 교훈을 받게 됩니다. 앉은부채의 활약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앉은부채의 작은 꽃이 들어 앉아 있는 포의 느낌은 왠지 포대기 같은 아늑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꽃을 아

늑하게 감싼 포 안은 주변의 온도보다 5도나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른 봄,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앉은부채 꽃은 스스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열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따뜻함으로인해 곤충들이 자기를 찾아올 확률이 높아지겠지요. 

안좋은 상황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열을 내어 그 상황을 극복하여 최상의 적응력을 발휘해냅니다. 

자신의 자리를 최상의 자리로 만들어 가는 자연의 생명들을 볼 때면 저 역시도 최상의 삶을 제게 선사하고 싶어집니다. 

자연의 생명들을 알아가고 멋진 그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식물들에 대해 알게 됩니다. 

처녀치마라는 식물은 이름처럼 꽃 모양이 마치 여자가 입는 치마처럼 보라색의 꽃잎들이 경쾌하게 벌려져 있습니다. 처녀 치마의 경우, 매년 봄에 새 잎을 내고 정식으로 꽃가루받이를 하여 씨앗을 잘 맺어 놓고도 그것도 모자라 자기복제의 기회까지 만들어 버리는 철저함을 갖는다고 합니다. 씨앗을 잘 맺고도 죽을 때가 되면 잎의 끝이 땅에 닿아서 새로운 복제 새끼 처녀치마들을 만들어 놓는다고 합니다. 

식물들의 자손 번식 방법 중에 자기복제는 참 경이로운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자손이라기 보다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존재를 만드는 것입니다. 선인장에 달린 새끼 선인장을 떼어 내어 심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돌나물 역시 어쩌다 그 작은 잎 조각 하나가 땅에 떨어지면 여지없이 그 잎에서 새로운 돌나물이 자라 버리는 왕성한 생명력을 보입니다. 무심코 식물이란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강한 번식력 정도로만 인식했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식물들의 자기 복제는 참 신기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개체의 한 부분을 옮겨 왔을 뿐인데 그것이 생명으로 다시 자라나니 자기 번식의 철저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길게보면 다양한 상황에 대처 가능한, 다양성이 내포된 후손을 퍼뜨리는 것이 후대의 종족 번성에 유리할 것입니다. 

대대손손 확실한 종족의 번영을 위해선 자기복제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두 다른 개체가 만나 결실을 맺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손의 건강함과 다양성의 측면을 식물들은 알고 추구합니다. 그러나 피치 못한 상황이 되면 자기복제를 시도한다고 합니다. 

이 처녀치마의 이중의 번식방법을 통해 다시한번 생명의 강인함과 번식의 철저함을 느껴봅니다.

 

식물세계를 공부하다가 유난히 특이하게 다가온 식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겨우살이입니다. 겨우살이는 참 독특한 삶의 방식을 취하는 식물입니다. '참 이런 식물도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양이 마치 큰 가지에 얽기섥기 뭉쳐있는 까치집을 연상케 합니다. 역시나 생활방식도 유별나 다른 나무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방식을 취합니다. 물론 스스로 광합성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 다른 나무에 붙어서 그들의 양분을 빼앗아 생장합니다. 

겨우살이의 노란 구슬같은 열매는 새들이 즐겨 먹습니다. 껍질만 제거되어 새똥으로 나온 겨우살이 열매의 과육에는 접착성분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앗은 나뭇가지에 단단히 고정되게 됩니다. 이 상태로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 기생뿌리를 나뭇가지에 뻗어내는 것입니다. 

나무의 양분을 가로채며 살아가는 반기생식물인 겨우살이는 생명 공부에 있어서 참 흥미로운 식물로 기억됩니다. 

공부해 나가면서 앞으로 더 어떤 새로운 생명을 만나게 될지 기대됩니다. 자연은 무궁무진한 다양성의 세계라는 것을 압니다. 

인간관계의 복잡성에 사로잡혀 많은 시간을 쏟게 됩니다. 자연의 다양한 생명들은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제 시각을 넓혀줍니다. 

다양한 자연의 친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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