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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가 글을 쓰고 최성현씨가 번역해 도솔 오두막에서 2006년에 발행한 이 책 '풀들의 전략'에서는 50가지의 잡초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 사막이나 아프리카 혹은 높디 높은 산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풀들을 설명하고 있어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신발 신고 요 앞 동네 골목만 나가도 흙이 있는 틈이란 틈 속에 이런 이름모를 잡초들이 기어이, 용하게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실은, 이런 풀들도 제각각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몰랐을 뿐입니다. 제각각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갖은 전략을 도모해 최선을 다하여 살아갑니다. 저 역시 제가 놓인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모습이 잡초나 저나 비슷합니다.


책을 펼치면 제비꽃, 쇠뜨기, 쑥, 민들레등이 나옵니다. 냉이, 클로버, 질경이, 방동사니, 달개비, 반하등도 등장합니다. 또, 개구리밥, 강아지풀, 칡, 개망초, 피등 제가 익히 친숙하게 만났고 경험했던 풀들이 많이 나와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만의 추억이 담긴 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제비꽃은 꽃부터 뿌리까지 전체를 우리 인간들이 먹을 수 있는 식용식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비꽃은 꽃이 무척 아름다워서 자꾸 저의 눈길을 끄는 꽃입니다. 제비꽃이 꿀주머니의 모양을 일부로 길게 늘려서, 꽃가루를 옮겨주는 주둥이가 긴 꿀벌들만이꿀을 먹을 수 있게 작전을 짜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예쁘장한 얼굴과 함께 영리함도 갖춘 꽃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비꽃을 만났을때 예쁘디 예쁜 꽃잎 뒤에 길쭉하게 달려있는 꿀주머니가 제 시선을 끌 것 같습니다. 또, 개미를 이용할 줄도 안다고 합니다. 

'엘라이오솜'이라는 개미가 좋아하는 맛있는 젤리를 씨앗에 붙여 흙이 있는 또 다른 먼 곳으로 자신의 씨앗을 이동시킨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제비꽃에 다른 면들을 상세히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야무진 제미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시골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밭에서 낫으로 풀의 생장점 바로 밑을 자르는 김매기를 했었는데 그 당시 자주 눈에 띄는 풀하나가 쇠뜨기였습니다. 

여기저기 상당히 많이 올라오는 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이 책에서 뿌리가 어마무시하게 깊게 뻗어나가는 생명력 강한 풀이라고 쇠뜨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연농은 식물의 생장점 바로 아래 부분만을 낫으로 베어내기때문에 김을 매는데 큰 힘은 안 들었지만 쇠뜨기는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미는 통에 질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야생초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먹을 수 있는 쇠뜨기를 마냥 좋아합니다. 여느 관행농부들처럼 극성스런 잡초라고 밉게 보는 억화심정은 제겐 없습니다. 

아니, 되려 쇠뜨기는 무척이나 고마운 풀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바로 알아야 합니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가 죽음의 땅이라 불리워졌을때 그 곳에서 제일 먼저 새싹을 틔워 준 쇠뜨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쇠뜨기를 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원자폭탄의 죽음의 대지가 쇠뜨기로 인해서 생명의 대지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쇠뜨기는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저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연의 이런 놀라운 치유력에 저는 늘 감동하고 경외심을 느낍니다. 쇠뜨기의 번성했던 조상은 오랜 세월에 걸쳐 땅속에서 석탄이 되었습니다. 이 귀한 화석에너지를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쇠뜨기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밭에서 '방동사니'란 풀도 역시 그 위세가 대단했던 기억이 납니다. 

왼손으로 방동사니를 잡아서 두드득 뜯어내고 낫으로 그것의 생장점 밑을 잘랐던 손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두드득 두드득 수많은 방동사니를 뜯어내면서 속이 다 시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방동사니는 아스팔트도 뚫고 올라 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저력은 땅 속 아래있는 덩이 뿌리에서 나옵니다. 땅 속아래서 땅속줄기를 여기저기 막강하게 뻗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일명, 닭의 장풀이라고도 하는 달개비 역시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다가 아닙니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파란 꽃으로 함초롬한 이미지를 지니지만 달개비는 생명력 또한 엄청 강합니다. 또, 대단한 전략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도 알았지만 전 제 경험을 통해서도  달개비의 그런면을 일부 알고 있었답니다. 과거에 잠시 자연농을 하면서 밭에나가 낫으로 손수 풀들의 생장점 밑를 자르곤 했던 경험은 여러 풀들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던 제게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그때 밭에서 만났던 또 다른 풀로 달개비가 있었습니다. 섬세하게 생긴 꽃보다는 질기고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제게 먼저 다가왔던 풀이랍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낫으로 생장점 밑을 잘라놔도 좀체로 말라 죽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급기야는 낫으로 벤것들을 흙과 멀리 떨어뜨려 바위위에 올려놔 말라죽게 하는 시도를 해보게도 하였답니다.

 

이 웃지 못 할 추억을 내게 안겨준 달개비는 또한 먹을 수 있는 풀입니다. 미키마우스의 귀같이 쫑긋하게 선 푸른 두 꽃잎, 그 아래 미끈하게 뻗어있는 노란 수술들, 그리고 암술은 제게 무척이나 예쁘고 고상하기만 합니다. 



달개비는 꿀이 없어서 꽃등에가 꽃가루를 먹으러 왔을 때 얼른 수술들은 꽃가루를 꽃등에의 몸에 붙여야 합니다. 6개의 수술들이 꽃등에의 몸에 꽃가루를 붙이려고 1차, 2차, 3차 시도의 팀플레이를 하는 과정을 이 책은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참으로 그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하답니다.

 

과거 한때 묵은 쑥대밭을 김을 매어 새로이 밭을 일구기도 했었습니다. 장마직전 5월의 뙤약볕 아래 메마른 땅에서 엉킨 쑥뿌리를 마구잡이로 낫으로 잘라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땅속으로 얼기설기 엮겨있던 쑥뿌리의 기세 또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잡초가 어디 있을까요. 그 강인함을 저또한 배우고 싶을 뿐입니다.

 

이 책은 한없이 친근하기만한 쑥에게서 다른 면모를 보게 해주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쑥은 바람만이 많이 부는 건조하고 황량한 황야에서 충매화인 자신을 풍매화로 적응시켜 나갔습니다. 그런 황야에서 자신의 몸에서 배출되는 수분을 가능하면 많이 모듬어 두려고 잎의 뒷면을 촘촘히 털로 감싼 것이었습니다. 

황야의 온갖 벌레나 잡균으로부터 보호하기위해 강력한 향기가 나는 정유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그 진한 쑥향입니다. 쑥향은 정말 근사합니다. 

그 거친 황야에서 잘 적응해 나간 쑥도 멋있습니다. 그러한 쑥덕분에 우리들이 그윽한 쑥향을 맡고, 쑥뜸을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쑥의 솜털 덕분에 쌀과 치댔을때 우리가 먹는 찰진 쑥떡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이 책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들었지만 그 어느 한 페이지도 감동없이 넘긴 페이지가 없습니다. 

왜 제가 이런 작은 풀들에게 감동을 느끼는 것일까요. 갈수록 소중하게 아끼며 책장을 넘기는 제 자신을 봅니다. 

이외에도 또 다른 여러 잡초들의 진정한 모습들을 들여다 보았답니다. 그 내용은 다음 글에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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