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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 속에서 멧토끼, 멧돼지, 고라니, 청설모, 삵이 겨울잠을 자지 않고 지내는 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또 흰죽지, 비오리, 민물가마우지, 논병아리가 기가막힌 잠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고요. 겨울 철새라고 해서 모두 물 위에 둥둥 떠 있기만 하는게 아니었습니다. 


여기 똥풀과 도토리 선생님의 사계절 숲에 대한 설명을 듣노라면 어린시절 방아깨비를 잡으려고 머리가 헝클어지도록 풀숲에 코를 박았던 어린시절로 돌아갑니다. 

김보경, 김향희 님이 지으셨고 다른 세상(2013년에 초판 발행)에서 펴낸 이 책 '재미있는 숲 이야기'는 읽는 내내 당장에라도 숲의 품에 안기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이 책의 선생님들은 그만큼 자연에 대한 사랑을 담아 숲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감동적으로 풀어내 주고 계십니다.

 

가까이 가보지도 않고 예상만 했다면 직접 보고 만지고 관찰해 보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또 다른 사람의 얘기나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지식들은 잠시 뒤로 하고 내가 보고 듣고 만지고 체험한 것들을 먼저 믿어 보라는 말을 가슴깊이 새기게 됩니다. 


산에 올라 맑은 약수를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그 누가 그 맛을 아무리 설명한다해서 그 맛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산딸기를 따서 한가득 입에 넣어 보는 경험도 모두다 자신이 직접 체험해 보아야 자연과 진정한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나 다른 사람의 말로 전해들은 내용으로는 직접 경험한 사람의 감동의 절반도 느끼지 못 할 것입니다. 


앞으로 저역시 몸소 자연 속에서의 경험이 늘어나길 소망해 봅니다.

  

겨울잠 자는 개구리와 말벌의 사진을 처음 보았습니다. 사진으로 접해도 귀엽고 친근함이 느껴졌습니다. 

행여 낙엽밑의 말벌을 밟을까 봐 두렵고 이들을 지켜주고픈 보호 본능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가끔 숲 속의 취를 나물로 먹기 위해 숲 속의 자연 취 밭을 거의 초토화시키는 사람들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이 몸에 좋다고 나무마다 홈을 내어 페트병을 매달아 대량으로 수액을 채취해가는 광경을 본 적 도 있습니다. 

무조건 좋은 것은 많이 취할 수록 좋다라는 생각을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욕심은 결국 스스로도 더욱 못살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꼭 필요한 양만큼만 사용하고 쓰는 지혜를 우리는 자연에서 배워야 할 것입니다.


길가에서 납작하고 동그렇게 잎을 펼치고 있는 식물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띕니다. 저에게는 친근한 식물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식물들이 가을에 미리 싹을 터 겨울을 지내는 로제트 식물인 줄 몰랐습니다. 

키 큰 나무들이 잎을 만들기 전에 부지런히 햇빛을 받아 꽃과 열매를 만들려고 미리 미리 잎을 만들어 놓는 것이랍니다.

참 강인하고 준비성이 대단한 식물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에 햇빛을 많이 받도록 하기 위해서 잎들을 겹쳐지지 않게 동그렇게 펼친 것이었습니다. 

제 주변에서  흔하게 있고 자주 만나는 로제트 식물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 준비성을 배우고 싶습니다.


냉이, 민들레, 제비꽃, 질경이, 쑥등을 뜯어 먹어보는 경험은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우리들이 매년 누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비꽃 잎이나 각종 먹을 수 있는 풀들을 따서 밥상을 차린다면 최고의 밥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연이 주는 음식을 자연 그대로 먹었을 때 내 몸도 숲을 닮은 건강하고 활기찬 몸이 되기 때문입니다.


올 봄 약수뜨러 갔을 때 산철쭉의 꽃봉오리를 만져보고 끈쩍끈쩍해서 신기해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끈끈이 접착제는 꽃이 피기전에 곤충들이 먹어버리지 않도록 미리 철쭉 스스로가 방지책을 마련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너무 일찍 철쭉에게 다가가 꽃받침에 붙어서 오도가도 못해 죽어버린 곤충 사진은 참 섬뜩합니다. 

파리지옥이란 식물이 생각났어요. 올 봄 철쭉이 다시 보입니다. 자기 보호에 심혈을 많이 기울이는 산철쭉인것 같습니다.


풍매화인 소나무가 퍼뜨리는 꽃가루의 양은 참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희 마당 한 귀퉁이에도 여지없이 노란 송화가루가 쌓여 있네요. 

송화가루를 꿀과 섞어 반죽해 송화다식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제겐 너무 귀하고 훌륭한 음식이었습니다.



나무를 파서 둥지를 만드는 청딱다구리는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삐딱하게 자란 나무를 골라서 둥지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것도 ㄱ자 모양으로 둥지를 파서 안전을 기한다고 하네요. 그런 영리함이 새삼 놀랍고 감탄스럽습니다. 


나무껍질로 견고한 육각형의 집을 이어 나가는 쌍살벌 또한 대단합니다.  

잎의 한 쪽을 잘라 아래서부터 돌돌 말아올려 알집을 만드는 왕거위벌레의 능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입으로 흙을 일일이 물어 날라서 침과 섞인 반죽을 호리병 모양으로 쌓아 올리는 호리병벌의 기술은 또 어떻고요. 

여리여리하게만 보이는 다리와 허리를 가진 벌들이 어떻게 그렇게 튼튼하고 질긴 벌집을 완성해 낼까요. 

참으로 오묘합니다.


올해는 가까이서 나무의 겨울눈을 처음으로 보았던 해입니다. 

겨울눈은 봄이 오면 잎이나 꽃으로 자라기 위해 나무가 미리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솜털로 감싸고 있는 겨울눈도 보았고요, 끈끈한 액을 바라 놓은 겨울눈도 보았습니다. 

잎눈과 꽃눈이 따로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식물에 대해 무지몽매했던 저는 봄이 되어야 가지에서 싹과 꽃을 내보내는 줄 알았습니다.  

매해 목련꽃은 따뜻한 겨울 털옷은 네겹이나 껴 입고 봄을 미리 준비해 왔었는데도 말입니다.

 

워낙 자연에 무지몽매해왔던지라 이제 막 자연에 눈뜬 어린 아이처럼 자연의 지식과 경험에 목말라 하는 저를 봅니다. 

옆새우, 플라나리아, 강도래가 살고 있는 계곡물은 간단한 정수를 통해서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정도의 물이라는 것, 

옛부터 사람들이 떡갈나무잎으로 떡을 싸 향기도 배고 떡이 잘 쉬지 않게 했었다는 것, 

어른 잠자리가 되기전 어린 잠자리는 잠자리수채로 물 속 생활을 한다는 사실도 이제 처음 알았네요.


 이렇듯 이 책은 제가 사계절 숲에 한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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