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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있어서 식물은 대단한 마술사입니다. 햇빛과 공중의 이산화탄소, 땅에서 끌어올린 물을 가지고 제가 주식으로 먹는 현미나 감자, 무, 양파, 땅콩 등의 다양한 맛의 덩어리들을 만들어 내니 말입니다. 또 제가 숨을 쉴 때 필요한 산소라든지 머리를 맑게 해주는 피톤치드를 내뿜어 주니 식물은 저에게 무척이나 고맙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평생 동안 식물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가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합니다. 이 '식물이 좋아지는 식물책'은 김진옥 님께서 글과 사진을 작성하셨고 다른 세상에서 2011년에 발행한 책으로 저의 식물사랑에 많은 도움을 준 책이랍니다. 김진옥님의 자연스럽고 생생한 사진도 저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답니다.


 예전의 저는 시큰둥하게 길가의 가로수나 화단의 화초를 바라보았었지요. 하지만 식물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가면 알아 갈수록 지금은 이파리 하나라도 자세히 보게 되고 그냥 지나치지 못 합니다. 알고 보았더니 식물의 다양한 잎의 모양도 아무 이유 없이 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식물이 처한 환경에서 최상으로 적응해 낸 모습으로 잎의 모양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였듯이 유칼립투스는 어린 시절엔 둥근 잎, 다 자라선 길쭉한 잎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건조지역에서 물이 덜 증발하도록 길쭉한 잎모양을 하고 있어야만 했던 것이지요. 단, 성장기 동안에만 햇볕을 잘 받아 잘 자라도록 넓적하고 둥근 잎모양을 허용한 것이었습니다. 

식물에 대해 점진적으로 알아 가면 알아갈 수 록 식물에 대해 더 감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길가의 해바라기 잎이 어긋나기로 나 있는 것도 담장의 개나리 잎이 마주나기로 나있는 것도 다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기 위해서 최상의 모습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겠지요.


 식물은 또 늘 저의 고정관념을 깹니다. 납작한 잎의 모양만을 생각했던 저에게 식물들은 자신들을 너무 단순하게 본다고 나무라는 것 같습니다. 스프링처럼 생긴 덩굴 손이나 동그랗게 모여있어 영락없이 꽃잎처럼 보이는 잎, 물을 저장해두는 창고 역할도 하는 통통한 잎들도 버젓이 존재하고 있답니다. 그뿐만아니라 벌레를 잡아 녹이는 항아리 모양의 네펜데스 벌레잡이 잎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잎의 변신이 이러한데 줄기의 변신은 또 얼마나 기상천외할까요? 

식물들은 매우 기민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유연성이 실로 대단해 보입니다. 그 유연성을 우리들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타이탄 아룸'의 꽃은 시체꽃이라 불릴 정도로 매우 강렬한 고기 썩는 냄새를 풍겨서 딱정벌레나 파리들을 불러 모아 꽃가루받이를 한다고 합니다. 딱 이틀 동안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고기 썩는 냄새를 내뿜어 최대한 빨리 많은 파리들을 불러 모으려 하는 것입니다. 가루받이의 매개체가 파리가 되었을 때 식물은 꿀 향이 아니라 파리에게 있어서의 달콤한 향기 즉, 동물의 시체 썩는 냄새를 풍기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식물의 꽃은 향긋한 향기를 퍼뜨린다는 식물에 대한 저의 고정된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트려 버렸답니다. 

그렇지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자손을 번식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의 매개체를 이용해서 꽃가루받이를 이뤄내야 하는 식물의 절박함만은 향긋한 향기의 꽃이나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타이탄 아룸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자의 눈이 여러 개가 들어가도록 하여 감자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어 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자는 그런 줄기 번식법을 많이 보아와서 그런지 그 당시엔 사람들이 왜 감자 씨를 받아서 심지 않는가라는 의문조차 갖질 않았습니다. 지금도 감자 씨를 받아 심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풀리지 않았지만 씨앗을 맺기 위해선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고 수정도 이루어져야 하는 긴 과정이 필요한대 비해 이런 감자의 줄기 번식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인것 같습니다. 

감자는 사람들에게 이런 간단한 줄기 번식방법도 제공하고, 일 년에 두 번 심을 수도 있고, 여름철에 맛있고 든든한 식량을 주니 앞으로도 사람들 곁에 오래도록 같이 할 식물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접붙이기의 방법은 사과나무의 줄기를 잘라서 다른 나무의 줄기에 직접 붙이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다른 나무에서 사과나무의 줄기가 자라나 사과를 열리게 할 수 있다고 하니 참 신기합니다. 실제로 줄기를 비스듬히 잘라 서로의 단면을 붙여 놓고 비닐 등으로 감싸 고정해 둔 후 얼마 있다가 가서 살펴보았을 때 두 개의 가지가 서로 연결되어 붙어 있는 것을 신기하게 지켜본 경험이 있답니다. 

호박과 수박, 호박과 오이 등을 한 식물에서 함께 기르는데 쓰인다고 하니 참 흥미롭습니다.


  이 책의 설명에서 목화의 천연 솜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도 삼베옷을 입었다는 내용이 놀라웠습니다. 목화솜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겨울을 얼마나 따뜻하게 볼 낼 수 있게 되었을까요? 면으로 된 내복은 저에게 있어서도 겨울 필수품입니다. 새삼 당연하게 이용해 왔던 목화 열매에서 나는 천연 솜이 귀중하게 느껴집니다. 

면옷은 땀 흡수나 착용감에 있어서 우수해 늘 제가 제일 먼저 손이 가는 옷입니다. 새로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천 원, 오천 원, 만 원권 등의 지폐 용지도 면섬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러 번 접고 펴도 긴 섬유소가 서로 얽혀 있어서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면의 쓰임새는 참으로 다양한 것 같습니다.


 식물들과 가까이하고 또 우리 인간들만이 아니라 모든 식물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때 우리들의 삶의 질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식물들의 또 다른 규칙들을 배워봅니다. 



곧은 뿌리를 가진 식물의 잎맥은 그물맥으로 되어있고 수염뿌리를 가진 식물의 잎맥은 모두 나란히맥으로 되어 있습니다. 꽃잎 수도 쌍떡잎 식물은 4나 5의 배수이고 외떡잎식물은 3의 배수로 되어 있고요. 

쌍떡잎식물은 줄기에 형성층이 있어서 줄기가 굵어지지만 외떡잎식물은 부피생장을 할 수 있는 형성층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언젠가 학창 시절 생물 시간에 이미 배웠던 지식이지만 저의 생활에 연관 없는 지식으로 여겨서인지 쉽게 기억에서 지워져 버렸지요. 

그러나 이제 식물은 더 이상 저와 연관 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와 땔 래야 땔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답니다. 지금의 저는 식물의 그러한 면모를 하나하나 꼼꼼히 기억해 둡니다. 식물은 제가 먹어서 제 몸을 이루는 또 다른 나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제가 입고 있는 옷, 숨 쉬는 공기 이 모든 것이 식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제 몸이 되는 식물의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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