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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가 몹시 좋은 날, 세포들이 생기로운 날, 몸이 깨어있을 때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내 안이 생명의 환희로 충만한 날이 있습니다. 살다가 간혹 그런 날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욱 건강해져서 그런 날, 그런 순간이 인생에서 많아지기를 바라는데요, 어쨌든 몸의 세포가 생글생글 살아 활기있는 날, 정말 모든 목숨들이 이 땅의 사랑뭉텅이, 우리내 목숨, 생명들이 복스럽게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날만은 내 자신조차도 마치 젖을 빨듯 햇살의 가닥 가닥을 잡고 빨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이상화 시인하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만 떠올랐는데, 이 시를 접하고 이상화 시인을 좋아하게 됐답니다.

 

 

<비 갠 아침>    - 이상화

 

밤이 새도록 퍼붓던 그 비도 그치고

동편 하늘이 이제야 볼그레하다

기다리는 듯 고요한 이 땅 위로

해는 점잖게 돋아 오른다

 

눈부시는 이 땅

아름다운 이 땅

내야 세상이 너무도 밝고 깨끗해서

발을 내밀기에 황송만 하다

 

해는 모든 것에서 젖을 주었나 보다

동무여, 보아라 

우리의 앞뒤로 있는 모든 것이

햇살의 가닥 가닥을 잡고 빨지 않느냐

 

이런 기쁨이 또 있으랴

이런 좋은 일이 또 있으랴

이 땅은 사랑 뭉텅이 같구나

아, 오늘도 우리 목숨은 복스러워도 보인다

 

1926년 월간 [開闢(개벽)]지에 발표된 이상화 시인의 시입니다. 

 

 

 

 

 

 

 

 

비 갠 아침,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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