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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 꽃 이야기'는 김태정님이 쓰셨고 랜덤하우스코리아가 2008년 발행한 책입니다. 

식물들을 알아 갈 수록 더 알고 싶어집니다. 또 하나의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꽃들의 삶에 더욱 다가가고 싶은 마음으로 김태정 선생님의 이야기로 흥미로운 식물들의 세계 속으로 빠져봅니다. 인상 깊은 멋진 식물들에 대한 감상을 적어 봅니다.


먼저 노루귀라는 식물입니다. 노루귀의 어린 잎은 동물 노루의 귀를 닮았습니다. 어린 노루귀 잎의 희고 긴 털이며 돌돌 말려 있는 모양은 영락없이 노루의 귀를 연상시킵니다. 노루귀를 들여다 보면 희고 긴 털들에 감싸여 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노루귀 잎은 자라면서 털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이른 봄에 산기슭에서 눈이나 얼음을 뚫고 나와서 꽃을 피웁니다. 오죽했으면 노루귀를 눈을 깨뜨리는 꽃이라는 뜻의 파설초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고 합니다. 

노루귀의 희고 긴 털들이 그나마 이른 봄의 추위를 달래주려나 싶습니다. 


용담이라는 식물은 그 뿌리가 용의 쓸개만큼 쓰디 쓴 맛이 나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용담 뿌리는 예부터 좋은 약재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용담은 종모양의 꽃을 하고 있습니다. 종모양의 꽃 속 깊숙이 암술 수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깊숙이 들어가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호박벌이 용담의 파트너가 된다고 합니다. 용담 꽃은 가을에 제법 쌀쌀해진 시기에 피기 때문에 그 시절 다른 꽃들은 거의 져서 호박벌은 용담꽃 안으로 찾아 든다고 합니다. 낮에 꿀을 모으다 추워지면 호박벌은 아예 용담꽃 속에 머물며 하룻밤을 꽃 속에서 잠을 잔다고 합니다. 

어여뿐 꽃봉우리 방에서 잠을 자는 동화같은 얘기가 호박벌에게는 생활이었습니다. 

꽃 방에서 자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요. 그나저나 오후에 오무려 있는 용담꽃 봉오리는 절대 만져선 안될 것 같습니다. 

놀란 호박벌이 꽃을 건드린 순간 벌침을 쏘아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복수초를 만나 봅니다. 

복수초의 노란 꽃은 왠지 모르게 귀품이 느껴집니다. 전국 산과 들에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20장에서 30장이나 되는 노란 꽃잎들을 수평으로 펼치는데 그 꽃잎을 감싸는 흑갈색의 꽃받침이 인상적입니다. 갈색 테두리가 더해져 노란 복수초의 우아함을 더합니다. 꽃잎을 오무리면 흑갈색의 꽃받침잎이 꽃송이를 덮게되어 낙엽색과 비슷해져 분간이 어려워 진다고 합니다. 

복수초라는 식물명은 복되게 오래 살다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복수초는 이 밖에 많은 별명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새해에 가장 먼저 꽃 피우는 풀이라고 해서 원일초라고 합니다. 꽃의 옆 모습이 금잔화를 닮았다고 측금잔화라고 합니다. 연꽃이 눈 속에 핀 듯 아름답다고 설연화라고 합니다. 꽃이 피면 주변의 눈과 얼음이 녹아 버린다고 하여 눈색이꽃이라고도 합니다. 

또 눈과 얼음이 있을 때 꽃이 핀다고 하여 빙량화, 얼음꽃 등으로도 불립니다.  모두 모두 이른 봄 눈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이름들인 것 같습니다. 복수초을 보려 새벽같이 등산하기도 하는데, 정작 복수초는 보통 오전 열한 시부터 오후 세 시까지 꽃잎을 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일에서 육일 정도만 피어 있다가 진다고 합니다. 


예전에 깊은 시골에서 잠시 머물렀을 때 할미꽃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온 몸을 흰털로 뒤덮고 있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할미꽃에 대해선 정작 모르는 것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할미꽃은 아주 양지바른 곳을 좋아해서 무덤가에 잘 자란다고 합니다. 민감하고 예민하게도 뿌리를 온전하게 잘 캐 왔더라도 금세 썩어 죽어 버린다고 합니다. 땅 속으로 굵은 뿌리를 30cm에서 40cm까지 내린다고 합니다. 

예민하면서도 할미꽃에는 독성이 있어 여린 피부로 꽃을 만지면 화를 입을 정도라고 합니다. 

할미꽃 뿌리 하나 정도를 화장실에 두면 구덕이가 꼬이지 않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독성은 있지만 예민하고 여린 면들 때문에 우리가 할미꽃을 쉽게 만날 수 없게 되나 봅니다. 

온몸을 빼곡히 감싼 흰털이 대변해주듯 할미꽃은 자기를 향한 정성이 가득한 여리디 여린 풀인 것 같습니다.


깽깽이풀꽃은 생김새가 마치 연꽃잎을 닮은 식물입니다. 

봄 농사일이 바쁜데 이 풀은 양지바른 곳에 한가로이 피어 있다고 농부들이 비웃으며 깽깽이풀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전국의 산 중턱 쯤에 양지바른 지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합니다. 연꽃을 닮은 꽃들이 참 어여쁜데 잎 표면도 연꽃처럼 물이 젖지 않는다고 합니다. 

깽깽이풀의 씨앗이 덜 여물때 하얀색을 띠는데 개미들이 자기들의 애벌레와 닮아서 개미 애벌레인 줄 알고 굴로 씨앗을 가져간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 정도로 흰색의 씨앗이 개미 애벌레와 많이 흡사하다고 합니다. 개미가 깽깽이풀씨를 개미굴로 가져가는 이유로 또 다른 설이 있습니다. 깽깽이풀 씨앗 한쪽 털 끝에서 꿀처럼 단맛이 나는 액체가 나오는데 이 물질을 식량으로 쓰려고 개미가 가져간다는 설입니다. 

보통은 식물과 곤충이 서로 공생을 하지만 깊은 개미굴 속의 깽깽이풀 씨앗은 그 깊이로 인해 싹이 트지 못한다고 합니다. 

깽깽이풀들에게 개미들은 정말 한낱 방해꾼일 뿐일까요. 궁금해집니다. 



큰꽃으아리는 꽃잎이 없는 꽃입니다. 

연한 황백색의 꽃잎은 사실 꽃받침잎입니다. 햇볕이 드는 숲 가생이에 자라는 덩굴식물입니다. 꽃받침잎으로 이뤄진 꽃잎이 활짝 피면 수평으로 펼쳐집니다. 큰꽃으아리는 줄기와 잎자루가 엄청 질긴 덩굴식물입니다. 

철사가 달린 연꽃이란 뜻으로 철선연이라고도 불리우니 얼마나 강하고 질긴 줄기를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큰꽃으아리는 다른 덩굴식물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덩굴식물은 늙은 나무나 죽은 나무를 타고 오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큰꽃으아리는 꼭 살아 있는 나무를 타고 오른다고 합니다. 또 다른 차이점이 있습니다. 다른 덩굴식물은 덩굴손이 있거나 공기뿌리가 있어서 달라 붙으면서 다른 나무를 기어오르는 반면 큰꽃으아리는 아무것도 없이 잘 달라 붙어 타고 오릅니다. 그것도 강풍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잘 타고 오른다고 합니다. 

참 철사처럼 강하고 튼튼한 기운이 느껴지는 식물입니다. 큰꽃으아리의 뿌리는 병을 고치는 성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 뿌리를 위령선이라고 부르며 한의사들이 약재로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죽은 나무가 아니라 당당히 산 나무를 타고 오르는, 기세등등한 큰꽃으아리를 보면 덩굴식물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여느 덩굴식물과 달리 강인하고 위풍당당한 기세를, 수평으로 활짝 핀 큰 꽃이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식물들의 이야기는 알수록 재미납니다. 

아직도 만나고 싶고 알고 싶은 식물이 가득합니다. 

꽃밫침잎을 꽃잎으로 사용하는 식물들의 기지는 저를 늘 미소짓게 합니다. 

최소가 최대가 되는 효과를 발휘하는 꽃들의 지혜는 저의 삶에 지침이 됩니다. 

불필요성이 없는 세계이여서 꽃들의 삶이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지나 봅니다. 

자기 있는 자리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개성 가득한 꽃들을 알아갈 수록, 점점 그들을 닮고 싶어집니다. 

그들처럼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저만의 개성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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