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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서 텃밭까지 보통 식물들의 생활 속 재발견 베란다 식물학'은 이완주 님이 쓰셨고, 지오 북에서 2012년에 발행한 책입니다.

식물의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식물들의 삶이 조금 더 역동적이고 능동적이며 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동물은 식물에 의존하고 움직여야만 먹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 식물은 움직이지 않고도 스스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양분을 만들어 살아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식물이 지구 위에 태어난 지는 인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인간이 모르는 많은 비밀을 식물들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조용하고 현명하게 살아가고 있는 식물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저 또한 그들의 오래된 삶의 지혜를 본받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루스커스라는 식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물의 모습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 상상 그 이상의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됩니다. 루스커스는 잎 한가운데에서 꽃이 피고 앙증맞게도 잎 가운데에서 빨간 열매가 달립니다. 잎 한가운데의 꽃과 열매는 그 독특함으로 시선을 끌며 신기함을 자아냅니다. 

사실 루스커스의 잎은 잎 모양을 한 줄기입니다. 줄기가 변하여 잎 모양을 띠게 된 것입니다. 줄기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 것인데 보이기엔 잎 한가운데 생뚱맞게 열매가 맺힌 듯 보입니다. 루스카스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식물들의 서로를 견제하는 화학물질 분비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영역을 넓게 차지하여 햇빛과 수분, 양분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하는 식물들의 경쟁에 대해 알게 됩니다. 식물들도 더 크게 자라고 더 많은 자식을 만들기 위해 서로 견제하고 죽이는 전술을 펼칩니다. 

소나무의 솔향의 주성분은 피톤치드인데 그 뜻은 식물을 죽인다라고 풀이됩니다. 

인간에게는 산림욕으로 유명한 피톤치드지만 다른 식물에는 독인 셈입니다. 소나무는 잎과 줄기에서 주변 식물을 죽이는 벤즈알데히드라는 화학물질을 만든다고 합니다. 

코알라가 좋아하는 유칼리 나무나 호두나무는 소나무보다도 더 독한 분비물질을 만든다고 합니다. 두 나무 밑에서는 그 어떤 풀도 자라지 못한다고 합니다. 

잎에서 주글론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고 합니다. 호두나무 잎에서 분비하는 주글론은 흙 속에 빗물로 스며들어 다른 식물의 뿌리와 줄기를 타고 들어 죽인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어린싹조차도 주변에서 자랄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하게 보는 개망초는 계란꽃이라고도 하여 꽃심이 달걀노른자와 같이 노랗고 달걀 모양을 띠는 풀입니다. 이 풀은, 소나무가 잎과 줄기에서 분비하는 벤즈알데히드라는 독물질을 뿌리에서 분비한다고 합니다. 이 독한 물질이 주변 다른 풀뿌리에 닿으면 그 풀은 서서히 죽어간다고 합니다. 이웃하는 풀의 뿌리를 죽여 그 근원부터 없애기 때문에 개망초는 그 일대를 모두 점령해 버린다고 합니다.

 식물들의 화학무기 전을 보는 듯합니다. 침묵하는 조용한 식물들도 양분과 햇빛을 놓고 지상이나 지하에서 치열하게 사투를 벌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독한 나무나 풀들의 생명력에 놀라게 됩니다.


씨앗에 붙어 있는 엘라이오좀이라는 물질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비꽃이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에는 개미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작은 씨앗을 들여다 보면 한쪽에 눈곱만한 작은 흰색의 덩이가 붙어 있습니다. 이것을 개미들이 좋아하여 씨앗을 개미굴로 가져가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씨앗 끝에 달린 흰 덩이 물질인 엘라이오좀은 지방과 단백질의 혼합물로 영양가가 높다고 합니다. 

깽깽이풀 씨앗에도 있고 피마자 씨에도 이런 흰 양분 덩이인 엘라이오좀이 붙어 있습니다. 

개미를 유혹하여 자손을 퍼뜨리려고 만든 흰 덩어리를 새롭게 알게 되면서 식물들의 후손을 향한 강한 열정에 큰 감명을 받게 됩니다.


동양란의 꽃대에 맺힌 꿀 방울만 보더라도 식물들의 후대 사랑이 눈물겹습니다. 

향기로운 꽃향기와 꽃 속의 꿀도 모자라 꽃대 밖으로도 개미를 유인하기 위한 꿀 방울을 내놓습니다. 

꽃향기와 꿀, 꽃대 꿀샘에서 분비하는 꿀까지 동양란은 엄청난 에너지를 꽃이 피어 있는 동안 쏟아 붓는다고 합니다. 

어미는 향기를 퍼트리고 꿀을 분비하느라고 지쳐서 정작 꽃 필 동안은 새 촉을 만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어미의 자식 사랑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상사화는 봄에 돋아난 잎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 여름에 꽃대가 따로 올라와 그제야 꽃이 핀다고 합니다.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어 이름이 상사화가 되었습니다. 햇빛을 최대로 이용하기 위한 전략이 참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6월에 잎이 사그라져 지상에서 삭아 없어져 이제 모든 게 끝난 것 같을 때 꽃대가 뜬금없이 올라와 연분홍 꽃이 피어나는 상사화를 보면 식물의 다양한 생존방식이 참 경이롭고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식물에 다량으로 필요한 3대 영양소도 알게 되었습니다. 질소, 인산, 칼륨이 그 성분입니다. 공기는 질소가 79%, 산소가 20%라고 합니다. 그러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공기 중에 많이 놓여 있는 질소를 아쉽게도 직접 흡수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 콩과 식물만이 공기의 질소를 단백질로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콩과 식물의 뿌리에 있는 뿌리혹만이 기체 질소를 양분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콩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의 이름은 아이조비움입니다. 

흙 속에 독립적으로 살며 질소를 고정하는 크로스트리디움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공기의 풍부한 질소를 양분화할 수 있는 콩과 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의 작용은 참 신비한 일인 것 같습니다.

 작은 식물과 미생물의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식물의 세계를 들여다볼수록 그들의 역동성에 놀라게 됩니다. 오랜 세월 살아남기 위해 터득된 삶의 전략들의 다채로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들을 식물들은 알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현명하게 생명력을 펼쳐가고 있는 듯합니다. 

식물 세계로 들여다본 자연은 참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특히 끈질긴 생명력과 후대를 향한 강한 에너지는 제게 큰 감동을 선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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